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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동사니

여름 쌀 보관, 싱크대 아래 쌀통부터 옮기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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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질이 변하기 시작하는 시점  4도 82일 · 15도 58일 · 25도 12일쌀바구미가 크는 조건  25도에서 30일, 습도 40% 이상화랑곡나방 번식 범위  15~35도, 습도 25~90%

쌀 자리는 한 번 정하면 계절이 바뀌어도 잘 안 옮기죠. 그런데 여름 두 달은 그 자리의 조건이 정반대가 됩니다. 벌레가 크기에도 좋고 밥맛이 떨어지기에도 좋은 온도와 습도가 돼요. 무엇을 어디로 옮기는지, 옮기고 나면 무엇이 달라지는지 순서대로 정리했습니다.

쌀통은 대개 싱크대 아래에 있습니다

쌀을 사 오면 넣는 자리가 정해져 있죠. 싱크대 아래 하부장, 베란다 구석, 다용도실 선반. 무겁고 자리를 많이 차지하니까 한 번 놓은 곳에서 잘 안 옮깁니다.
담는 방식도 비슷합니다. 10킬로그램이나 20킬로그램 포대를 사서 쌀통에 붓고, 남은 건 봉지째 옆에 세워 둡니다. 밀가루와 잡곡, 뜯다 만 견과류 봉지도 대개 그 근처에 같이 놓입니다. 한 번에 많이 사 두면 값도 덜 들고 장 볼 일도 줄어드니 자연스러운 방식이에요.
겨울에는 이렇게 둬도 별일이 없습니다. 그 자리가 시원하고 건조하니까요. 문제는 여름 두 달입니다. 같은 자리인데 조건만 정반대로 바뀌는데, 쌀은 그대로 거기 있습니다.
벌레가 보이고 나서의 대응도 대개 정해져 있습니다. 쌀을 신문지에 펼쳐 볕에 말리거나, 마늘이나 통고추를 몇 개 넣어 두고 넘어가죠. 그런데 다음 달에 또 나옵니다. 이미 들어와 있는 알도, 그 자리의 온도와 습도도 그대로 남아 있기 때문입니다.

겨울에 문제가 없던 자리라서 여름에도 그냥 둡니다. 자리는 그대로인데 조건만 정반대로 바뀝니다.

지금 그 자리는 벌레한테 가장 좋은 조건이에요

여름날 주방 싱크대 아래 하부장에 쌀통과 곡물 봉지가 놓여 있는 장면을 따뜻한 파스텔 색감의 수채화로 표현한 그림

쌀에 생기는 벌레는 크게 둘입니다. 쌀바구미는 25도에서 알에서 성충이 되기까지 한 달쯤 걸립니다. 습도가 40%만 넘어도 생기고, 70%를 넘으면 서른닷새면 한 세대가 돕니다. 한 해에 서너 번 나오는 벌레예요.
화랑곡나방은 조건이 더 넓습니다. 15도에서 35도 사이, 습도 25%에서 90% 사이면 번식합니다. 30도에 습도 75%면 한 달이면 자랍니다. 여름 실내 하부장은 이 범위의 한가운데예요. 굳이 조건을 맞춰 주지 않아도 이미 맞아 있습니다.
봉지가 막아 주지도 않습니다. 화랑곡나방은 부화한 유충이 기어다니면서 옆에 있는 식품 포장을 뚫고 들어갑니다. 쌀바구미는 아예 낱알 속에 알을 낳고, 유충 한 마리가 낱알 하나를 파먹으며 자랍니다. 겉에서 보면 멀쩡한데 안에서는 이미 진행 중인 경우가 여기서 나옵니다. 그래서 봉지째 세워 둔 쌀도, 옆에 둔 밀가루와 견과류도 같이 위험합니다.
벌레만 문제가 아닙니다. 밥맛도 온도를 따라갑니다. 도정한 쌀을 밀폐용기에 담아 25도에 두면 열이틀쯤부터 품질이 변하기 시작합니다. 15도면 쉰여드레, 4도면 여든이틀입니다. 여름 하부장은 25도를 넘는 날이 더 많으니, 사 온 지 2주만 지나도 밥맛이 처음과 다른 상태로 밥솥에 들어가는 셈이에요.

25도에 둔 쌀은 열이틀부터 품질이 변합니다. 4도에 둔 쌀은 여든이틀입니다.

옮길 자리는 냉장고 안입니다

밀폐용기에 소분한 쌀을 냉장고 선반에 넣는 장면을 따뜻한 파스텔 색감의 수채화로 표현한 그림

바꾸는 건 세 가지뿐입니다. 사는 양, 담는 그릇, 두는 자리. 순서대로 하면 십 분이면 끝납니다.
먼저 양을 줄입니다. 여름에는 2주에서 4주 안에 먹을 만큼만 삽니다. 스무 킬로그램을 한 번에 사서 두 달을 버티는 방식이 여름에는 제일 불리해요. 남는 기간이 곧 벌레가 한 세대를 도는 기간이니까요. 소포장으로 자주 사면 값이 조금 더 들지만, 버리는 쌀이 없어지는 쪽이 대개 남습니다.
그다음 담는 그릇을 바꿉니다. 종이 포대나 비닐봉지째 두지 말고, 뚜껑이 확실히 닫히는 밀폐용기에 소분합니다. 깨끗이 말린 페트병에 나눠 담아도 됩니다. 봉지를 뚫고 들어오는 벌레가 있으니 여기서는 밀폐가 핵심이에요. 종이 상자에 담겨 배달된 곡물은 받자마자 상자를 벗겨서 버리는 편이 낫습니다.
마지막으로 자리를 냉장고 안으로 옮깁니다. 밀폐용기에 담아 4도에 두면 여든 날쯤 처음 상태에 가깝게 갑니다. 김치냉장고에 빈 칸이 있으면 거기가 제일 편해요. 냉장고에 다 안 들어가면 이번 주에 먹을 만큼만 밖에 두고 나머지를 넣습니다. 밀가루와 잡곡, 견과류도 같은 규칙으로 묶으면 됩니다. 다시 상온으로 돌려도 되는 시기는 평균 기온이 15도 아래로 내려가는 10월부터고, 그때는 햇빛이 들지 않는 서늘한 곳이면 충분합니다.

사는 양을 줄이고, 밀폐용기에 소분하고, 냉장고로 옮깁니다. 이 세 가지가 전부예요.

바꾸고 나면 이런 차이가 남습니다

첫째는 벌레가 크는 조건이 사라집니다. 쌀바구미도 화랑곡나방도 자라려면 어느 정도 이상의 온도가 있어야 하는데, 냉장고 안은 그 아래입니다. 알이 이미 들어와 있었더라도 하부장에서처럼 한 달 만에 한 세대가 돌지는 않습니다. 볕에 말리고 골라내는 일이 애초에 생기지 않는 쪽이에요.
둘째는 밥맛이 유지되는 기간이 열이틀에서 여든 날로 늘어납니다. 도정 직후 78.6이던 밥맛 수치가 4도에서 열두 주를 보내고도 77.1로 남습니다. 같은 기간을 25도에서 보내면 72까지 내려갑니다. 숫자로만 보면 작아 보이는데, 갓 지은 밥에서 냄새가 다르게 느껴지는 구간이 이 사이에 있습니다.
셋째는 손이 덜 갑니다. 쌀통을 통째로 비워 씻고 말리는 일, 벌레 먹은 쌀을 골라내다 결국 버리는 일이 여름마다 반복되는데 그게 없어집니다. 소분해 둔 통에서 한 통씩 꺼내 쓰니 쌀통 바닥에 오래된 쌀이 깔려 있는 것도 정리됩니다.
바꿔야 하는 기간도 길지 않습니다. 8월 남은 절반과 9월, 길게 잡아도 10월 초까지입니다. 기온이 내려가면 원래 자리로 돌려도 되니, 여름 한 철만 냉장고 한 칸을 내주는 셈이에요.

여름 한 철만 냉장고 한 칸을 내주면 됩니다. 10월부터는 원래 자리로 돌려도 괜찮아요.

정리하면

  • 여름 하부장과 베란다는 25도를 넘나드는 자리입니다. 벌레가 크기에도, 밥맛이 떨어지기에도 좋은 조건이에요.
  • 봉지째 두는 게 가장 흔한 실수입니다. 화랑곡나방 유충은 포장을 뚫고 들어오고, 쌀바구미는 낱알 속에 알을 낳습니다.
  • 2~4주 먹을 양만 사서 밀폐용기에 소분하고 냉장고에 넣습니다. 4도면 여든 날쯤, 25도 상온이면 열이틀부터 품질이 변합니다.
  • 밀가루와 잡곡, 견과류도 같은 규칙으로 묶습니다. 배달 상자는 받자마자 벗겨서 버리는 편이 낫습니다.
  • 기온이 내려가는 10월부터는 햇빛이 들지 않는 서늘한 곳으로 돌려도 됩니다.

여름 살림에서 손이 가장 많이 가는 일 중 하나가 쌀통 뒤엎기인데, 자리를 한 번 옮겨 두면 그 일 자체가 없어집니다. 장 볼 때 포장 단위를 줄이는 것부터 시작하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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