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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동사니/성경

창세기 6~7장, 방주의 문을 닫은 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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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범위  창세기 6장 1절-7장 24절

노아의 방주 하면 짝지어 줄 서는 동물들이 먼저 떠오릅니다. 그런데 본문을 천천히 읽으면 치수와 날짜와 숫자가 유난히 많습니다. 오늘은 그 숫자들 사이에 끼어 있는 문장 몇 개를 붙잡아 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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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세기 - 노아와 방주 | 홍수가 시작되다

한탄하사 마음에 근심하시고

구름이 낮게 내려앉은 하늘 아래 넓은 들과 언덕이 이어지는 수채화 삽화

여호와께서 사람의 죄악이 세상에 관영함과 그 마음의 생각의 모든 계획이 항상 악할 뿐임을 보시고. 6장은 사람이 무엇을 저질렀는지보다 무엇을 생각하고 있었는지를 먼저 적습니다. 드러난 행동을 세는 대신 마음의 생각의 모든 계획이라는 긴 말을 씁니다. 손에 잡히지 않는 자리까지 들여다본 문장입니다.

이어지는 문장이 뜻밖입니다. 땅위에 사람 지으셨음을 한탄하사 마음에 근심하시고. 심판을 말씀하시기 전에 마음이 먼저 적혀 있습니다. 노여움이라는 말이 놓일 법한 자리에 한탄과 근심이라는 두 단어가 놓였습니다.

쓸어 버리겠다는 말씀이 뒤따르고, 사람으로부터 육축과 기는 것과 공중의 새까지 이름이 하나씩 불립니다. 창조하실 때 부르던 순서를 되짚어 지워 가는 목록처럼 읽힙니다. 그런데 그 단락이 접속사 하나로 방향을 바꿉니다. 그러나 노아는 여호와께 은혜를 입었더라. 무엇을 잘해서 얻었다는 설명 없이, 입었더라는 말로만 적혀 있습니다.

심판을 말씀하시기 전에 먼저 적힌 것은 한탄과 근심이라는 두 단어였습니다.

잣나무와 역청, 그리고 규빗으로 적힌 치수

쌓아 둔 목재 옆으로 커다란 배의 골조가 세워져 있는 수채화 삽화

노아의 사적은 이러하니라, 노아는 의인이요 당세에 완전한 자라 그가 하나님과 동행하였으며. 온 땅이 패괴하였다는 문장 바로 옆에 동행하였다는 문장이 놓입니다. 같은 시대를 살면서 다른 방향으로 걷고 있었다는 말입니다. 당세에라는 말이 붙은 것도 그래서일 것입니다.

하나님이 방주의 제도를 알려 주십니다. 잣나무로 짓되 그 안에 간들을 막고 역청으로 그 안팎에 칠하라. 장이 삼백 규빗, 광이 오십 규빗, 고가 삼십 규빗. 창은 위에서부터 한 규빗에 내고 문은 옆으로 내며 상 중 하 삼층으로 하라 하십니다. 온 땅의 끝날을 말씀하시는 자리인데 재료와 치수가 이렇게 자세합니다.

그리고 언약이 붙습니다. 그러나 너와는 내가 내 언약을 세우리니. 멸하리라는 말 다음에 세우리라는 말이 옵니다. 노아가 들은 것은 왜 이렇게 되었는지에 대한 설명이 아니라, 앞으로 무엇을 할지에 대한 지시였습니다.

6장의 마지막 줄은 짧습니다. 노아가 그와 같이 하되 하나님이 자기에게 명하신대로 다 준행하였더라. 그가 무슨 말로 대답했는지는 한 줄도 남아 있지 않습니다. 대답 대신 나무를 자르고 역청을 칠하는 일이 기록되었습니다.

노아가 한 말은 한 줄도 남지 않았고, 준행하였더라는 문장만 남았습니다.

여호와께서 그를 닫아 넣으시니라

빗속에서 커다란 나무배의 옆문이 굳게 닫혀 있는 모습을 그린 수채화 삽화

7장이 열리면 시간이 갑자기 좁아집니다. 지금부터 칠일이면 내가 사십 주야를 땅에 비를 내리리라. 백이십년이라는 말로 시작했던 이야기가 이제 이레 앞까지 와 있습니다. 노아는 그 이레 동안에도 여호와께서 명하신대로 다 준행했다고만 적힙니다.

짐승들이 옵니다. 본문은 노아가 짐승을 모았다고 하지 않고, 둘씩 노아에게 나아와 방주로 들어갔다고 적습니다. 정결한 짐승은 암수 일곱씩, 부정한 것은 암수 둘씩, 공중의 새도 일곱씩입니다. 그 씨를 온 지면에 유전케 하라는 말이 함께 붙습니다. 쓸어 버리는 이야기 한가운데 남길 것을 세는 대목이 들어앉아 있습니다.

그리고 한 문장이 문을 닫습니다. 하나님이 그에게 명하신대로 들어가매 여호와께서 그를 닫아 넣으시니라. 배를 지은 것은 노아였지만 문을 닫은 손은 그의 손이 아니었습니다. 안에서 잠글 수 없는 문이었다는 뜻이기도 하고, 그 안에서 다시 열 필요도 없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배는 노아가 지었고, 문은 노아가 닫지 않았습니다.

물이 일백 오십일을 땅에 창일하였더라

땅이 보이지 않는 넓은 물 위에 나무배 한 척이 멀리 떠 있는 수채화 삽화

노아 육백세 되던 해 이월 곧 그 달 십칠일이라. 날짜가 정확하게 적혀 있습니다. 그 날에 큰 깊음의 샘들이 터지며 하늘의 창들이 열려 사십 주야를 비가 땅에 쏟아졌습니다. 물은 위에서만 내린 것이 아니라 아래에서도 올라왔습니다.

방주에 관한 서술은 의외로 조용합니다. 물이 많아져 방주가 땅에서 떠 올랐고, 물이 더 많아져 땅에 창일하매 방주가 물위에 떠 다녔으며. 방주에는 노도 없고 키도 없습니다. 물이 불어나는 만큼 떠오르고, 떠오른 채로 흘러갈 뿐입니다.

밖의 기록은 짧고 무겁습니다. 물이 더욱 창일하매 천하에 높은 산이 다 덮였고, 육지에 있어 코로 생물의 기식을 호흡하는 것은 다 죽었습니다. 여기 적힌 목록은 6장에서 쓸어 버리겠다고 하신 목록과 그대로 겹칩니다. 말씀하신 그대로 되었다는 것을 같은 낱말로 확인해 주는 셈입니다.

그 뒤에 홀로라는 말이 나옵니다. 홀로 노아와 그와 함께 방주에 있던 자만 남았더라. 그리고 물이 일백 오십일을 땅에 창일하였더라로 장이 끝납니다. 비는 사십일 만에 그쳤지만 물은 백오십일을 그대로 있었습니다. 사건이 지나간 뒤에도 기다려야 하는 시간이 그만큼 남아 있었다는 말입니다.

비는 사십일 만에 그쳤지만, 물이 빠지기를 기다리는 시간은 그보다 훨씬 길었습니다.

묵상 포인트

  • 첫째, 한탄하사 마음에 근심하시고라는 문장을 다시 읽어 봅니다. 나를 향한 하나님의 마음을 노여움으로만 그려 온 것은 아닌지 잠시 생각해 봅니다.
  • 둘째, 노아가 준행한 일은 오래 걸리고 눈에 잘 띄지 않는 일이었습니다. 지금 붙들고 있는 일 가운데 아직 결과가 보이지 않는 것 하나를 떠올려 봅니다.
  • 셋째, 여호와께서 그를 닫아 넣으셨다는 대목에 머물러 봅니다. 내 손으로 닫을 수 없어 맡겨 두어야 하는 문이 무엇인지 한 줄로 적어 봅니다.

창세기 6장과 7장은 물이 차오르는 이야기지만, 문장을 따라가다 보면 무언가를 세는 장면이 자주 나옵니다. 규빗을 세고, 층을 세고, 짐승을 암수로 세고, 날짜와 날수를 셉니다. 다 쓸어 버리겠다고 하신 자리에서 남길 것을 하나씩 세어 두신 셈입니다. 물이 백오십일을 덮고 있는 동안, 그 셈은 방주 안에서 그대로 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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