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Introducing Artemis III · NASA
NASA가 아르테미스 3호 승무원을 발표하며 87초짜리 소개 영상을 같이 올렸다. 말은 없고 짧은 문구만 몇 번 지나가는데, 그 몇 줄에 임무의 성격이 다 들어 있다. 화면에 뜬 순서대로 짚어 봤다.
4초에 뜨는 첫 문구가 '지구 궤도 임무'다

영상이 시작하고 4초쯤 지나면 지구를 내려다보는 화면 위에 A MISSION IN EARTH ORBIT 이라는 줄이 뜬다. 달 사진도, 착륙 장면도 아니고 지구다. 이게 오해의 출발점이자 답이다. 아르테미스 3호는 달에 내려앉지 않는다. 2027년에 오리온을 지구 저궤도에 올려놓고 거기서 시험만 하고 돌아온다.
번호만 보면 순서가 이상하게 느껴진다. 2호가 달을 돌고 왔는데 3호가 지구 궤도라니 뒤로 물러선 것처럼 보인다. 물러선 게 아니라 시험 대상이 바뀌었다. 2호에서 확인한 건 오리온과 사람이었고, 3호에서 확인할 건 착륙선이다. 착륙선은 아직 사람을 태우고 도킹해 본 적이 없다.
저궤도를 고른 이유도 분명하다. 달 근처에서 만나려면 발사체 세 대가 뜨는 시점이 좁은 창 안에 딱 맞아떨어져야 한다. 한 대가 며칠 밀리면 전체가 무너진다. 지구 궤도라면 각 발사체마다 기회가 훨씬 자주 돌아온다. 성공 확률을 올리려고 일부러 가까운 곳을 잡은 셈이다.
이번엔 오리온을 멀리 보낼 추진단도 달지 않는다. 상단 자리에는 크기만 같은 스페이서가 들어가고, 궤도를 다듬는 일은 유럽이 만든 서비스 모듈이 맡는다. 대신 재진입 여유를 넓힌 개량 열차폐를 시험한다. 비행 기간은 2주 안팎이다.
3호는 물러선 임무가 아니다. 시험 대상이 오리온에서 착륙선으로 넘어갔을 뿐이다.
'착륙선 두 대와 도킹' — 발표문은 한 대일 수도 있다고 적었다

27초쯤 도킹 장치를 시험하는 장면 위에 DOCKING ORION WITH TWO LUNAR LANDERS 가 올라온다. 두 대는 스페이스X의 스타십 착륙선과 블루오리진의 블루문 마크2다. 둘 다 사람을 태울 최종형이 아니라 시험용 기체로 올라간다.
여기서 영상과 발표문의 결이 조금 다르다. 승무원을 공개한 보도자료는 '두 착륙선 중 하나, 또는 둘 다'와 만난다고 썼다. 영상의 두 대는 계획이 다 맞아떨어졌을 때의 모습이고, 한 대만 준비되면 한 대와 붙는다. 화면의 숫자를 확정된 일정으로 읽으면 안 되는 대목이다.
붙어 있는 시간도 서로 다르다. 블루문 쪽과는 이틀쯤 붙어 시험과 기술 실증을 하고, 스타십 쪽과는 하루쯤 붙어 점검만 한다. 블루문 시험기에는 승무원이 실제로 들어가 안을 살펴본다. 오리온이 도킹 장치 성능을 사람이 탄 채로 보여 주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확인하는 항목은 화려한 게 아니다. 두 기체의 접합부가 맞물리는지, 소프트웨어가 서로를 알아보는지, 추진과 통신이 이어지는지다. 달 궤도에서 처음 해 보다가 어긋나면 되돌릴 방법이 없는 일들이라, 지구 옆에서 먼저 틀려 보려는 것이다.
영상은 두 대, 발표문은 '하나 또는 둘 다'. 화면의 숫자는 계획의 최대치다.
43초부터 시작되는 3 · 2 · 1 카운트다운
43초에 3 LAUNCHES, 1분에 2 DOCKINGS, 1분 12초에 1 SPLASHDOWN 이 차례로 뜬다. 임무 전체를 숫자 세 개로 줄여 놓은 구간이다.
발사 세 번은 이렇게 나뉜다. 먼저 블루오리진의 시험기가 올라가 궤도에서 승무원을 기다린다. 그다음 SLS가 오리온과 사람 넷을 저궤도로 올린다. 마지막으로 스타십 시험기가 따라 올라와 오리온과 만난다. 한 임무에 서로 다른 회사의 대형 발사체가 번갈아 뜨는 구성이라, 발표에서도 여러 번 발사를 촘촘히 엮은 캠페인이라고 설명했다.
도킹 두 번은 앞에서 본 그대로다. 착수 한 번은 오리온이 돌아와 바다에 내리는 장면이다. 지난 4월 아르테미스 2호가 샌디에이고 앞바다에 내렸던 그 방식이다.
숫자만 보면 단순한데, 어려운 건 순서를 지키는 일이다. 시험기가 궤도에서 며칠씩 멀쩡히 버텨 줘야 하고, 그사이 사람을 태운 오리온이 정해진 자리로 올라와야 한다. 지구 궤도를 고른 이유가 여기서 다시 설명된다.
3 발사 · 2 도킹 · 1 착수. 어려운 건 숫자가 아니라 순서를 지키는 일이다.
이름 카드 넉 장, 조종사는 유럽 소속이다
35초부터 40초 사이에 승무원 이름이 한 명씩 지나간다. 앤드리 더글러스, 프랭크 루비오, 루카 파르미타노, 랜디 브레스닉. 브레스닉이 선장이고 파르미타노가 조종사, 나머지 둘이 탑승 운용을 맡는다. 발표에는 백업으로 밥 하인스가 함께 지명됐는데, 영상에는 나오지 않는다.
조종사 자리에 유럽우주국 소속이 앉은 게 눈에 띈다. 지난 4월 달을 돌고 온 2호에는 캐나다 우주비행사가 탔다. 미국 밖 기관의 우주비행사가 연달아 오리온에 오르는 흐름이다.
루비오는 국제우주정거장에서 371일을 지내고 돌아온 사람이다. 미국인 단일 비행 최장 기록이다. 더글러스는 이번이 첫 비행이다.
그리고 이 영상이 끝내 말하지 않는 게 하나 있다. 달 남극에 사람이 내리는 건 다음 순서인 아르테미스 4호이고, 시점은 2028년으로 잡혀 있다. 3호가 저궤도에서 확인하려는 것들은 전부 그날을 위한 예행이다. 마지막에 뜨는 WE ARE GOING 은 이번에 간다는 말이 아니라, 가는 길에 올라섰다는 말에 가깝다.
달 남극 착륙은 아르테미스 4호, 2028년이다.
영상에서 볼 만한 곳
- 0:04 — A MISSION IN EARTH ORBIT. 이 한 줄이 임무의 성격을 다 말한다
- 0:27 — 착륙선 두 대와 도킹한다는 문구. 발표문은 '하나 또는 둘 다'로 적혀 있다
- 0:35~0:40 — 승무원 이름 넉 장. 조종사 파르미타노는 유럽우주국 소속이다
- 0:43~1:12 — 3 발사 · 2 도킹 · 1 착수. 임무 전체를 숫자 세 개로 줄여 놓았다
87초 안에 달 표면은 한 번도 나오지 않는다. 대신 지구 궤도에서 기체 두 대를 붙였다 떼는 장면이 계속 지나간다. 다음 착륙이 실패하지 않으려면 지금 확인해 둬야 하는 것들이라, 이번 임무는 그 목록을 하나씩 지워 나가는 비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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