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Cleaning Jan van Eyck's 'intimidating' 600-year-old portrait | National Gallery · The National Gallery
내셔널갤러리가 이달 초 올린 2분 55초짜리 복원 영상입니다. 그런데 이 영상은 몇 가지를 이미 안다고 치고 시작합니다. 그림 크기, 액자에 새긴 두 줄, 그리고 배경이 원래 파랑이었다는 사실. 이 셋만 먼저 알고 보면 같은 화면이 다르게 보입니다.
먼저, 이 그림은 손바닥만 합니다

영상은 그림을 클로즈업으로만 보여 줍니다. 그래서 큰 그림처럼 느껴지는데, 실제 크기는 26 × 19cm입니다. A4 용지보다 작습니다. 참나무로 보이는 판에 유채로 그렸고, 완성한 날짜가 1433년 10월 21일입니다.
날짜를 이렇게까지 정확히 아는 건 반에이크가 액자에 적어 뒀기 때문입니다. 액자 아래쪽에 줄여 쓴 라틴어로 '얀 반에이크가 1433년 10월 21일에 나를 만들었다'가 새겨져 있습니다. 새긴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그렇게 보이도록 그려 넣은 글자입니다. 액자 자체도 15세기 원본이고, 양 옆면은 그림판과 같은 나무를 깎아 만들었습니다.
액자 위쪽에는 그리스 문자로 크게 'ALS ICH CAN'이 있습니다. 반에이크가 여러 그림에 넣은 좌우명인데, 플랑드르 속담을 줄인 말이자 자기 이름을 건 말장난입니다. '내가[ich/Eyck] 할 수 있는 만큼 — 하고 싶은 만큼은 아니지만'. 겸손해 보이는 문장으로 실력을 자랑하는 셈입니다.
제목에 물음표가 붙은 이유도 있습니다. 반에이크의 다른 초상은 남아 있지 않아 얼굴을 대조할 방법이 없습니다. 대신 정황이 있습니다. 인물이 거울을 들여다보듯 몸을 앞으로 살짝 뺐고, 파란 두 눈이 미묘하게 다른 곳을 봅니다. 한쪽씩 번갈아 그리던 사람의 눈입니다. 게다가 다른 초상과 달리 액자에 의뢰인 이름이 없습니다.
액자에 이름은 없고 좌우명과 날짜만 있습니다. 그 빈칸이 이 그림을 자화상으로 보게 만듭니다.
검은 배경이 처음부터 검은색이었다면 이 복원은 없었습니다

이 그림을 사진으로 봤다면 새까만 배경을 기억할 겁니다. 얼굴과 붉은 두건만 어둠에서 떠오르는 구도요. 그 검은색이 반에이크가 칠한 색이 아닙니다.
원래 배경은 파랑이었습니다. 그것도 그냥 파랑이 아니라, 어두운 밑칠을 먼저 깔고 그 위에 울트라마린을 얇게 겹쳐 올려 만든 깊은 보라빛 파랑입니다. 울트라마린은 청금석을 갈아 만드는 안료입니다. 한 번에 두껍게 발라 막아 버린 색이 아니라, 아래 깔린 어두운 층이 비쳐 나오도록 계산해서 쌓은 색입니다.
문제는 그 층이 오래 버티지 못했다는 점입니다. 울트라마린은 조건이 나빠지면 색이 죽고 얼룩덜룩해집니다. 그렇게 상한 배경을 언젠가 누군가가 통째로 검게 덧칠했습니다. 갤러리는 배경이 덧칠이라는 걸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습니다.
그러니까 이 복원의 진짜 쟁점은 때를 벗기는 게 아닙니다. 남이 덮어 놓은 색을 걷어낼 것인가, 걷어내면 그 아래 무엇이 남아 있을 것인가입니다.
복원가가 마주한 질문은 '얼마나 깨끗하게'가 아니라 '남의 붓질을 걷어낼 것인가'였습니다.
그래서 3분이 이렇게 흘러갑니다
던커턴은 이 그림을 '주눅 들게 하는' 그림이라고 부릅니다. 상태가 너무 좋아서입니다. 얼굴에 물감이 떨어져 나간 자리가 핀 머리만 한 것으로 두세 군데뿐입니다. 600년 된 판 그림에서 이건 거의 없는 일입니다. 손댈 구석이 없는 그림 앞에 앉는 게 복원가에게는 더 떨리는 일이라고 말합니다.
씻기 전 상태는 안개였습니다. 바니시가 뿌옇고 불투명해져서 얼굴만 안개 속에서 떠오르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표면에 두 세기치 바니시가 쌓여 있었으니까요. 갤러리가 이 그림을 사들인 게 1851년인데, 그보다 먼저 칠해진 바니시들입니다.
1단계는 의외로 쉬웠습니다. 오래된 바니시들이 잘 녹아서 어렵지 않게 벗겨졌고, 안개가 걷히자마자 그림이 살아났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일이 꼬입니다. 안개가 사라지니 덧칠한 배경이 더 나빠 보였습니다. 두껍고 불투명한 데다, 붉은 두건 가장자리를 넘어와 반에이크가 그린 윤곽을 침범해 있었습니다.
그냥 두고 살자는 선택지도 남겨 뒀다고 던커턴은 말합니다. 복원에서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은 늘 실제 선택지입니다. 그래도 걷어냈고, 덧칠 아래에서 예상대로 상한 울트라마린이 나왔습니다. 얼룩과 점이 흩어진 상태였습니다.
마지막이 이 영상에서 제일 볼 만한 대목입니다. 던커턴은 상한 점들을 하나씩 얇은 색으로 메워 나갑니다. 새로 칠하는 게 아니라 빠진 곳만 채워 원래 깊이를 되돌리는 작업입니다. 인물이 다시 자기 공간 안에 제대로 놓이게 하는 게 목표였다고 말합니다.
실물은 52번 방에, 형제 두 점과 같이 있습니다
영상 앞부분에 19세기 중반 이야기가 잠깐 나옵니다. 내셔널갤러리가 그 시기에 반에이크 초상을 세 점이나 사들였다는 대목입니다. 1842년에 '아르놀피니 부부의 초상', 1851년에 이 '남자의 초상', 1857년에 '레알 수브니르'로 불리는 초상까지입니다. 15년 사이에 벌어진 일입니다.
세 점은 지금 모두 52번 방에 걸려 있습니다. 던커턴은 2019년에 '레알 수브니르'도 씻었습니다. 같은 사람이 같은 방의 그림을 몇 년 간격으로 하나씩 맡아 온 셈입니다.
런던에 갈 일이 있다면 이 그림 앞에서 배경을 한 번 들여다보시길 권합니다. 사진으로는 여전히 까맣게 나오기 쉬운 색입니다. 어두운 밑칠 위에 파랑을 겹쳐 만든 색이라 빛을 받는 각도에 따라 달라집니다.
그림이 손바닥만 하다는 것도 실물 앞에서야 실감이 납니다. 그 크기 안에 수염을 점 하나씩 찍어 넣었습니다. 어두운 갈색 점을 먼저 찍고 밝은 점을 나중에 올렸고, 턱 쪽에는 흰색에 파랑을 조금 섞어 빛을 받는 것처럼 만들었습니다.
1842년, 1851년, 1857년. 15년 사이에 들어온 세 점이 지금 한 방에 있습니다.
영상에서 볼 만한 곳
- 0분 00초~0분 22초 — 얼굴에 핀 머리만 한 결손이 두세 개뿐이라는 대목. 상태가 좋아서 오히려 손대기가 무섭다는 이야기가 여기서 나옵니다.
- 0분 56초~1분 25초 — 씻기 전 화면. 두 세기치 바니시가 뿌옇게 굳어 얼굴만 안개에서 떠오르던 상태를 눈으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 1분 33초~1분 47초 — 바니시가 벗겨지는 순간. 1851년보다 먼저 칠해진 층들이라 잘 녹았습니다.
- 1분 47초~2분 09초 — 덧칠이 붉은 두건 가장자리를 넘어와 있다는 설명. 배경만의 문제가 아니었다는 게 여기서 드러납니다.
- 2분 26초~2분 55초 — 얼룩진 울트라마린을 얇은 색으로 하나씩 메워 나가는 마지막 작업.
3분짜리 영상이라 그냥 틀면 복원가가 그림 하나를 닦는 이야기로 지나갑니다. 배경이 원래 파랑이었다는 것 하나만 알고 보면, 같은 화면이 남의 붓질을 걷어낼지 말지 고르는 장면으로 바뀝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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