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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동사니/노래

아르테미스 Born Stunner 가사 읽기, 타고났다는 말이 놓인 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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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MS (아르테미스) ‘Born Stunner’ Official MV · Official ARTMS (공식 채널)

아티스트  아르테미스 (ARTMS)  Born Stunner앨범  Hyper-Ego (미니 2집)공개  2026-07-24 (선공개) · 앨범 2026-08-07

아르테미스 미니 2집 Hyper-Ego가 8월 7일에 나왔습니다. 타이틀곡이 두 개인데 그중 Born Stunner는 7월 24일에 먼저 공개돼 있었어요. 소리가 세게 밀고 들어오는 곡이라 가사 쪽은 흘려듣기 쉽습니다. 제목에 붙은 '타고난'이라는 말부터 차례로 따라가 볼게요.

말하는 사람이 자기를 먼저 규정하고 시작합니다

곡을 가사 쪽에서 읽을 때 저는 화자가 어디에 서 있는지부터 잡습니다. 설득하려는 자리인지, 이미 정해 놓고 통보하는 자리인지에 따라 뒤따르는 문장들이 완전히 다르게 들리거든요.
Born Stunner의 화자는 뒤쪽입니다. 제목 자체가 그래요. stunner는 보는 사람을 멈춰 세우는 존재를 가리키는 말이고, 그 앞에 born이 붙어 있습니다. 되어 가는 중이라는 말이 아니라 처음부터 그랬다는 말이에요. 증명의 순서가 뒤집혀 있는 셈입니다.
소속사가 낸 곡 소개도 이 태도 쪽을 가리킵니다. 이 곡을 두고 규칙을 깨는 대담함을 앞세운 트랙이라고 설명했고, 아르테미스가 그동안 그려 온 음악의 경계선을 크게 넘는 곡이라고 적었어요. 곡 안의 목소리와 곡 바깥의 소개가 같은 방향을 봅니다.
그래서 이 곡은 듣는 사람을 향해 뭔가를 부탁하지 않습니다. 이해를 구하는 문장이 자리 잡을 틈이 별로 없는 구성이에요. 짧게 던지고 다음으로 넘어가는 쪽에 가깝습니다.

되어 가는 중이라는 말이 아니라, 처음부터 그랬다는 말입니다. 제목에서 이미 결론이 나와 있어요.

곡이 흐르면서 말투가 랩 쪽으로 넘어갑니다

음원 기준으로 2분 30초, 뮤직비디오는 3분 6초입니다. 짧습니다. 이 안에서 목소리를 쓰는 방식이 한 번 바뀌어요.
공식 소개는 이 곡의 구성을 묵직하게 떨어지는 베이스 드롭, 다이내믹한 리듬 변화, 파워풀한 랩, 중독적인 훅이 쉴 새 없이 이어지는 형태로 설명합니다. 순서가 있는 이야기를 들려주는 구조라기보다, 같은 태도를 여러 각도에서 반복해 때리는 구조에 가깝습니다.
여기서 눈에 띄는 건 랩의 비중입니다. 한국경제 인터뷰에서 멤버들은 팀에 전담 래퍼가 없고 평소 랩을 거의 하지 않는다며, 랩이 거의 전부인 곡을 소화하려고 다시 레슨을 받았다고 밝혔어요. 이 팀에게는 익숙한 도구가 아니었다는 뜻입니다.
가사를 읽는 입장에서는 이 지점이 중요합니다. 노래로 부르던 문장이 랩으로 넘어가면 말의 밀도가 올라가고 여백이 줄어듭니다. 앞 절에서 본 통보하는 화자와 이 방식이 맞물려요. 태도를 먼저 정해 놓고, 그 태도를 실어 나를 수 있는 말투를 나중에 고른 것처럼 들립니다.
같은 인터뷰에서 멤버들은 이번 곡을 두고 새롭다는 반응, 10년 동안 안 보이던 모습이라는 반응을 들었다고 전했습니다. 곡 안에서 일어난 변화가 곡 바깥에서도 그렇게 읽힌 셈이에요.

태도를 먼저 정해 놓고 그 태도를 실어 나를 말투를 나중에 고른 것처럼 들립니다.

날개와 피, 이 팀이 계속 데려오는 두 이미지

가사를 읽을 때 저는 같은 이미지가 몇 번 돌아오는지를 봅니다. 그런데 아르테미스는 한 곡 안에서만 볼 게 아니라 앨범 단위, 나아가 팀 단위로 봐야 하는 쪽이에요. 곡들이 하나의 이야기로 이어져 있는 팀이거든요.
이번 앨범의 수록곡 제목을 나란히 놓으면 그게 보입니다. 첫 트랙이 From Wings To Soul이고, 네 번째 트랙 제목이 ICARUS GANG입니다. 지난해 6월에 낸 EP의 타이틀곡이 Icarus였으니, 날개를 달고 올라갔다가 떨어지는 그 이야기를 이번 앨범이 다시 데려온 셈이에요.
다른 한쪽에는 피가 있습니다. 함께 실린 타이틀곡 Blue Blood는 하이퍼팝과 제이코어를 섞은 초고속 클럽 트랙인데, 곡 소개가 붙들고 있는 설정이 선명합니다. 베이면 붉은 피가 나와야 할 자리에 푸른 피가 흐른다는 설정이에요. 남들과 애초에 다른 것이 흐르고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이렇게 놓고 보면 Born Stunner의 태도가 어디서 오는지가 조금 풀립니다. 타고났다는 선언은 자랑의 문장이기 이전에 혈통의 문장이에요. 이카로스의 계보와 푸른 피라는 설정이 그 선언의 근거 노릇을 합니다. 앞뒤 곡이 없으면 허세로 들릴 문장이, 앨범 안에서는 설정값이 됩니다.
더팩트가 전한 소개에 따르면 이 곡은 Virtual Angel과 Icarus로 쌓아 온 서사를 이어받으면서 동시에 그것을 깨는 작품으로 설명됐습니다. 이어받는 것과 깨는 것이 한 곡에 같이 들어 있다는 말인데, 위에서 본 두 이미지가 그 두 방향을 각각 맡고 있는 모양새예요.

타고났다는 선언은 자랑의 문장이기 이전에 혈통의 문장입니다. 앨범 안에서는 설정값이에요.

한 문장으로 줄이면 이런 곡입니다

여기까지 온 걸 묶어 볼게요. Born Stunner는 증명을 생략하기로 한 곡입니다. 무엇이 되었는지를 보여 주는 대신, 원래 그랬다는 자리에서 말을 시작하는 쪽이에요.
이 문장으로 다시 들으면 앨범 제목도 읽힙니다. Hyper-Ego, 자아를 크게 키운다는 뜻의 조합이잖아요. 소속사가 이번 앨범을 소개하며 던진 질문도 무엇이 진짜인가 하는 쪽이었습니다. 크게 키운 자아가 진짜인지 아닌지를 앨범이 스스로 묻고 있는 구조입니다.
그 질문은 뒤쪽 트랙들에서 다른 온도로 이어집니다. Hyper Crush는 뻔한 자리에서 새로움을 찾는 곡으로, Pixel Memory는 현실과 기억 사이의 어긋남을 다루는 곡으로 소개됐어요. 앞에서 크게 선언하고 뒤에서 그 선언을 흔들어 보는 배치입니다.
한국경제 인터뷰에서 멤버들이 한 말도 이 구도와 겹칩니다. 예술성과 마이너한 장르를 좇다 보니 대중성을 잃고 있더라는 것, 그래서 이번에는 양쪽을 다 잡아 보려 했다는 것. 안쪽으로 파고들던 팀이 바깥을 의식하기 시작할 때 나올 법한 곡이 이 곡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숫자는 하나만 덧붙일게요. 공식 뮤직비디오는 7월 24일 팀 공식 채널에 올라왔고, 조회수는 2026년 8월 9일 확인 시점 기준 406만 회를 넘겼습니다. 다만 이건 공개 직후의 관심을 가늠하는 참고치일 뿐이라, 가사를 읽는 일과는 따로 두시는 편이 좋습니다.

증명을 생략하기로 한 곡입니다. 무엇이 되었는지가 아니라 원래 그랬다는 자리에서 시작해요.

이렇게 들으면 더 재미있다

  • 처음엔 소리만 따라가고, 두 번째에 말이 몰리는 구간만 골라 들어 보세요. 랩으로 넘어가는 자리에서 문장의 밀도가 어떻게 달라지는지가 이 곡의 뼈대입니다.
  • 선공개곡 Born Stunner를 듣고 곧바로 다른 타이틀곡 Blue Blood로 넘어가 보세요. 타고났다는 선언과 푸른 피라는 설정이 앞뒤로 붙으면서 한 이야기가 됩니다.
  • 수록곡 제목만 순서대로 훑어보셔도 좋아요. From Wings To Soul로 열고 ICARUS GANG을 지나 Pixel Memory로 닫히는 배치가 앨범 전체의 흐름을 그대로 보여 줍니다.
  • 지난해 EP의 타이틀곡 Icarus를 함께 틀어 놓고 비교해 보세요. 같은 소재를 1년 남짓 사이에 어느 쪽으로 옮겼는지가 두 곡 사이에서 드러납니다.

확인한 공식 자료

가사 전문을 옮기지 않고 화자의 자리와 반복되는 이미지만 따라가 봤습니다. 이 팀은 곡 하나를 따로 떼어 놓기보다 앞뒤에 놓인 곡들과 같이 들을 때 문장이 훨씬 선명해지는 쪽이에요. 앨범을 순서대로 한 번 통과해 보시길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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