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월 2일 958원이던 원·엔 환율이 7월 31일 888.25원으로 마감됐습니다. 한 달이 안 되는 사이 70원이 움직인 배경과, 그 사이 은행 창구와 공항에서 나타난 변화를 정리했습니다.
888원까지, 올해 원·엔 환율이 지나온 길

하나은행 고시 기준으로 올해 원·엔 환율은 1월 1일 100엔당 918.6원에서 출발했습니다. 상반기 내내 900원대에 머물다가 7월 2일에는 958원까지 올랐습니다. 이때만 해도 엔화를 사려던 사람들 사이에서는 '시기를 놓쳤다'는 말이 많았습니다.
흐름이 뒤집힌 것은 7월 하순입니다. 7월 23일 환율이 900원 아래로 내려갔고, 다음 날인 24일에는 장중 100엔당 889.83원까지 떨어졌습니다. 890원 선이 깨진 것은 2024년 7월 이후 2년 만이었습니다.
그리고 7월 31일 주간거래는 888.25원으로 마감됐습니다. 7월 2일 고점과 비교하면 한 달이 채 안 되는 사이에 약 70원이 빠진 것입니다. 100만원을 엔화로 바꾼다고 하면 같은 돈으로 받는 엔화가 눈에 띄게 달라지는 폭입니다.
다만 이 숫자는 은행이 고시하는 매매기준율입니다. 실제 창구나 앱에서 현찰로 바꿀 때는 여기에 수수료가 붙기 때문에, 뉴스에 나오는 숫자와 내가 받는 숫자는 처음부터 다릅니다. 은행별 환전 우대율에 따라 차이가 더 벌어지기도 합니다.
7월 2일 958원에서 7월 31일 888.25원. 한 달이 안 되는 사이 약 70원이 움직였습니다.
숫자를 밀어낸 쪽은 서울이 아니라 도쿄였다
원·엔 환율은 원화와 엔화 각각의 사정이 겹쳐 만들어집니다. 그런데 이번 하락에서 더 크게 움직인 쪽은 엔화였습니다. 달러 대비 엔화 가치가 먼저 크게 떨어졌고, 그 여파가 원화 대비 값에도 그대로 나타났습니다.
7월 27일 달러·엔 환율은 장중 163.69엔을 기록했습니다. 달러당 163엔대는 1986년 12월 이후 처음으로, 엔화 가치가 39년 7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까지 내려갔다는 뜻입니다. 이 시점 전후로 5거래일 연속 163엔대가 이어졌습니다.
배경으로는 금리 차이가 먼저 꼽힙니다. 일본은행은 지난달 기준금리를 0.75%에서 1.00%로 올렸지만, 일본 정부의 확장 재정 기조 때문에 추가 인상 속도는 제한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합니다. 반면 미국 기준금리는 3.50~3.75%로 여전히 높은 수준입니다.
성장 전망도 같은 방향을 가리킵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일본의 2026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0.7%에서 0.6%로 낮춰 잡았습니다. 금리 차가 좁혀지지 않고 성장 기대도 낮으면 통화가 강해질 이유를 찾기 어려워집니다.
달러당 163엔대는 1986년 12월 이후 처음입니다. 원·엔 하락의 출발점은 엔화 자체의 약세였습니다.
환전 창구에서 먼저 나타난 변화

환율이 움직이자 은행 창구의 숫자부터 달라졌습니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이 7월 1일부터 27일까지 개인 고객에게 판 엔화는 315억엔, 원화로 약 2,814억원 규모였습니다.
올해 월별 흐름과 비교하면 차이가 분명합니다. 1월 247억엔, 2월 212억엔, 3월 245억엔, 4월 274억엔, 5월 253억엔, 6월 237억엔이었는데, 7월은 27일까지만 집계했는데도 315억엔을 넘겼습니다. 2024년 12월의 322억엔 이후 가장 큰 규모입니다.
여기에는 두 가지 수요가 섞여 있습니다. 하나는 여름 휴가 일정에 맞춰 미리 환전해 두려는 실수요이고, 다른 하나는 나중에 엔화 가치가 회복될 것으로 보고 미리 사 두는 쪽입니다. 은행 집계만으로는 둘을 구분하기 어렵습니다.
항공권 결제에서도 근거리 여행 쪽으로 무게가 실리는 흐름이 보입니다. 대체 데이터 플랫폼 한경에이셀 집계를 보면 7월 셋째 주까지 저비용항공사 신용카드 결제액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에어부산 67%, 제주항공 37%, 진에어 6% 늘었습니다.
5대 은행 7월 엔화 판매액 315억엔. 2024년 12월 이후 가장 큰 규모였습니다.
일본을 찾는 한국인은 이미 역대급이었다
환율이 내려가기 전부터 일본행 수요는 이미 높은 수준이었습니다. 일본정부관광국(JNTO)이 7월 22일 발표한 통계를 보면 올해 상반기 일본을 찾은 한국인은 567만 5,100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8.6% 늘었습니다.
같은 기간 일본을 찾은 전체 외국인은 2,108만 4,800명으로 오히려 2% 줄었습니다. 전체는 감소했는데 한국인만 두 자릿수로 늘어난 결과, 방일 외국인 가운데 한국인 비중은 26.9%가 됐습니다. 네 명 중 한 명 이상이 한국에서 간 셈입니다.
국가·지역별로는 한국이 1위였고 대만이 397만 2,200명으로 뒤를 이었습니다. 3위 중국은 205만 8,200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6.4% 줄었습니다. 전체 방일객이 감소한 배경에 이 변화가 크게 작용했습니다.
월 단위로 봐도 흐름은 이어지고 있습니다. 6월 한 달 동안 일본을 찾은 한국인은 78만 7,100명으로 지난해 6월보다 7.8% 늘었고, 역대 6월 가운데 가장 많았습니다. 8월 통계에는 이번 환율 변화가 얼마나 반영될지가 남은 관전 포인트입니다.
상반기 방일 외국인은 2% 줄었는데 한국인은 18.6% 늘었습니다. 비중은 26.9%까지 올라갔습니다.
핵심만 다시 보기
- 원·엔 환율은 7월 31일 100엔당 888.25원으로 마감됐습니다. 7월 2일 958원과 비교하면 한 달이 안 되는 사이 약 70원이 내렸습니다.
- 7월 24일 장중 889.83원까지 내려가며 890원 선이 2024년 7월 이후 2년 만에 깨졌습니다.
- 달러·엔 환율은 7월 27일 장중 163.69엔으로, 엔화 가치가 1986년 12월 이후 39년 7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까지 떨어졌습니다.
- 5대 시중은행이 7월 1~27일 판 엔화는 315억엔으로, 2024년 12월(322억엔) 이후 가장 큰 규모였습니다.
- JNTO 집계 기준 상반기 방일 한국인은 567만 5,100명(+18.6%)으로, 전체 방일 외국인의 26.9%를 차지했습니다.
확인한 자료
- 다시 만난 '800원대' 엔화, 환전 미리 해둘까 [경제뭔데] (경향신문, 2026-08-01) (2026-08-01 확인)
- 원·엔 환율 800원대로 급락, 엔저에 환전 규모 19개월 만에 최대 (베타뉴스, 2026-07-29) (2026-08-01 확인)
- 엔화 끝없는 약세, 달러·엔 환율 164엔 목전 (이데일리, 2026-07-27) (2026-08-01 확인)
- 상반기 일본 찾은 한국인 568만명, 전년대비 18.6% 증가 (여행신문, JNTO 2026-07-22 발표) (2026-08-01 확인)
환율은 방향을 맞히는 문제라기보다, 지금 어디쯤 와 있는지 알고 일정을 잡는 문제에 가깝습니다. 8월 여행 계획이 있다면 뉴스에 나오는 매매기준율과 실제 창구에서 받는 값이 다르다는 점만 기억해 두면 충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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